2027년 10월 19-22일
부산, 벡스코

조선업, 세계 전략 중심에 서다

 세계적으로 조선업이 다시 국가 전략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중 해양 패권 경쟁 격화, 산업계 친환경·디지털 전환 가속화, 그리고 공급망 재편 요구 속에서 미국, 영국, 인도, 필리핀, EU 등 주요국이 앞다투어 대규모 투자와 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지원을 넘어 국가 안보, 기술 자립,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미국, 조선업 대규모 투자 본격화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쇠락한 자국 조선업 재건을 통해 해양 패권을 다시 쥐겠다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의지는 대규모 투자 드라이브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14~2023 회계연도 동안 조선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58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으며, 2028년까지 추가로 126억 달러를 집행할 계획이다.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을 의식한 이번 투자는 단순한 조선소 확충을 넘어, 미 조선산업 구조 전반의 재편을 촉발하고 있다.

 

 조선업 부흥을 겨냥한 입법 움직임도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토드 영(Todd Young) 상원의원(공화·인디애나)은 최근 미국의 조선 역량 회복과 중국 의존도 완화를 목표로 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 추진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이미 앞서 4월, 미국과 중국 간의 조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재발의한 바 있다.

 

 중국 조선·해운에 대한 견제도 본격화한다. 미국은 이달 14일부터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이나 중국계가 소유·운영하는 선박에 대해 첫 입항 시 항만 이용료를 부과한다. 1만teu 이상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최대 100만 달러 이상이 책정될 수 있으며, 2028년까지 매년 인상될 예정이다.

 

 필리핀, 조선업 부활 시동

 

 필리핀은 한때 번성했던 조선·선박수리 산업(SBSR) 부활을 위한 본격 계획을 발표했다. 교통부(DOTr), 해양산업청(MARINA), 행정간소화청(ARTA) 등 정부 기관과 덴마크 등 국제 파트너가 참여하는 다기관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 회복, 산업 현대화, 국가 안보를 목표로 추진된다.

 

 지난 5월 7일 열린 가상 포럼에서 이들의 조선 산업 재건 전략과 투자 기회가 논의됐다. MARINA는 2028 해양산업개발계획의 핵심 축으로 조선업을 지정하고, SBSR 개발 법안 통과를 추진 중이다. 법안에는 조선소 현대화, 친환경 선박 및 조선소 건설, 인력 역량 강화, 산업단지 조성 등이 포함된다.

 

 국제적 협력도 강화된다. 덴마크는 기술 지원과 분산형 조선 모델을 소개하며, 필리핀은 홍콩 선박 재활용 협약 비준으로 환경 규제 준수에도 나섰다. ARTA와 MARINA는 정책 지원과 규제 개혁을 통해 산업 경쟁력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HD한국조선해양(HD KSOE)이 임대한 수빅 조선소가 115,000-dwt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 건조에 착수하며, 산업 부활의 신호탄을 쏘기도 했다. 강재절단식에 참여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필리핀 대통령은 “조선업 부활로 세계 유수 조선국으로서 필리핀의 위치를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인도, 조선업 부흥 투자 드라이브

 

 인도 정부 역시 조선산업 육성을 통한 해양 강국 도약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지난 9월 바브나가르(Bhavnaga)에서 가진 연설에서, 자국 조선·해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총 7,000억 루피(약 11조 500억원) 규모의 3대 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인도를 조선 및 선박 보유 분야 세계 ‘톱10’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가 내놓은 3대 정책은 △‘조선 금융 지원 제도(2,500억 루피)’ △‘해양 개발 기금(2,500억 루피)’ △‘조선 개발 제도(SDS, 2,000억 루피)’다.

 

 조선 금융 지원 제도는 자국 조선소에 대한 직접적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해양 개발 기금은 장기·저리 금융 조달을 뒷받침한다. 핵심 정책인 SDS는 △신규 조선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기존 조선소의 설비 증설을 위한 자본 지원 △조선 역량 개발을 위한 최고 기구 설립을 골자로 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SDS는 특히 인도 조선업계의 생산능력 확충과 신용위험 보증 제공을 통해 글로벌 경쟁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조선·철강 조달 개혁 천명

 

 영국 정부는 국내 조선과 철강 산업을 주요 조달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업계 정보에 따르면, 레이첼 리브스(Rachel Reeves) 영국 재무장관은 최근 노동당 연례대회에서 새로운 법안을 발표하며, 주요 조달 계약 시 국내 생산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해외 제조업체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전략적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정책은 조선업과 철강을 국가 핵심 인프라로 지정하고, 정부 조달에서 우선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브스 장관은 “물건이 어디서, 누가 만드는가는 국가 안보와 경제에 직결된다”며 국내 생산 중심 조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국은 전통적인 해상 강국으로, 특히 조선업은 영국 왕립해군의 핵심 함정을 제작하며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영국 정부는 Type 26 프리깃(frigate)함과 ‘City-class’ 함정을 BAE Systems를 통해 제작하는 등, 전략적 함정 공급망을 자국 조선업체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유럽 조선, 산업주권 회복 모색

 

 유럽연합(EU) 또한 흔들리는 조선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새 산업 전략을 예고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초 ‘EU 해양산업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전략의 축은 경쟁력 강화, 친환경 전환, 공급망 회복탄력성이다

 

 집행위는 7월 업계 공청회를 통해 현장의 요구를 수렴했다. 그 결과 조선소 현대화, 디지털화, 녹색 생산기술 도입을 위한 보조금과 저리 대출 등 뿐 아니라, 탈탄소 추진체계 R&D와 시범사업에 대한 직접 지원도 요구가 컸다고 전해진다.

 

 또한 녹색 수요를 창출하는 공공조달과 민관 공동펀딩 모델이 거론됐다. 하이브리드, 수소·암모니아, 풍력 보조, 디지털 조선소가 우선 후보로 꼽힌다.

 

 전략에는 또한 방위·주권 강화 관점이 결합될 전망이다. 해군함 건조 등 군수 인접 분야의 비중 확대가 거론된다.

해당 기사는 코마린 공식 매체인 '일간조선해양'에서 제공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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